의료기기 산업, 특히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분야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 혁신의 속도와 달리, 그 기반이 되는 품질관리(QMS)와 문서화 체계의 성숙도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장에서 혁신의 간판을 내건 기업조차, 국제 표준과 식약처 심사체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심사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는 단순합니다. 기업은 “ISO 62304를 준수한다”고 말하지만, 개발 문서에는 그 흔적이 없습니다. 요구사항 명세서에는 기능만 적혀 있고, 위험관리 문서에는 인공지능 모듈의 편향성이나 데이터 관리 절차가 빠져 있습니다. 개발자는 클래스 다이어그램 없이 ERD만 제출하고, RA 담당자는 그것이 설계 문서라 믿습니다. 결국 문서화는 형식만 남고, 품질관리는 실종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실무 미비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입니다. 개발자는 개발만, RA는 인허가만, 경영진은 속도만 본다는 구조 속에서, 소프트웨어 생명주기 프로세스(ISO 62304)는 이름만 남은 체크리스트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식약처의 심사 기조는 ‘시장 진입 촉진’에서 ‘신뢰성 제고’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GMP 심사에서도 개발 절차, 산출물, 승인 기록이 일관되게 관리되지 않으면 인허가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절차와 품질문화의 혁신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개발과 품질, RA가 한 테이블에서 요구사항과 검증 기준을 함께 논의하고, 자동화 도구가 인허가 문서화까지 포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식약처가 말하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기 산업”의 출발점입니다.
3줄 요약
1. SaMD 산업은 기술 혁신에 비해 품질관리·문서화 수준이 뒤처져 있습니다.
2. ISO 62304 등 표준은 단순한 요건이 아니라 개발 문화로 내재화되어야 합니다.
3. 식약처의 심사 방향은 신뢰성 중심으로 전환되었으며, 절차 혁신이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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